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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T 속 상징 해석하기 (E.T, 소품, 의미)

by 무해한사람 2025. 8. 14.

영화 E.T 관련 사진

198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명작 E.T. The Extra-Terrestrial은 단순한 외계 생명체와 소년의 만남을 그린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감정과 상징, 시각적 은유를 통해 인간성과 우정, 소통, 성장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전달합니다. 그 중심에는 다양한 소품과 상징적 장면, 그리고 색채의 철학적 활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 이 영화가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 중 하나인 상징적 요소들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자 합니다.

영화 E.T의 손과 불빛: 치유와 연결, 인간적 교감의 상징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상징은 E.T의 손가락에서 나오는 불빛입니다. 이 불빛은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의 상징이자 연결의 도구입니다. 불빛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식물을 살려내는 장면입니다. 이는 E.T가 단순한 ‘외계 침입자’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존재, 즉 치유자(healer)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후 엘리엇과 E.T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연결되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러한 연결성은 "나는 너고, 너는 나다"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불빛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E.T는 엘리엇의 이마에 손을 대며 “I’ll be right here.”라는 대사를 남기고 떠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작별 인사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 아이와 어른, 지구와 외계의 경계를 허물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기억하겠다는 강한 감정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이 손의 불빛은 기계적 장치가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의 빛이며, 이는 기술이 아닌 감성 중심 서사를 강조하는 스필버그 특유의 연출 철학을 상징합니다. 치유의 능력을 가진 존재로서의 외계인은 SF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존재이며, 이는 당시 냉전 시대의 '타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메시지로도 생각됩니다.

소품 자전거와 달: 현실을 초월하는 꿈, 자유, 상상력의 정수

E.T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입니다. 특히 자전거가 보름달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며, 이후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의 로고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시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을 초월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 어린이의 상상력, 자유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습니다. 자전거는 본래 도심을 달리는 소박한 교통수단이지만, E.T와 엘리엇이 함께 타는 순간, 자전거는 현실의 중력을 초월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나아가는 마법의 수단으로 탈바꿈합니다.

달은 이 장면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닌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 순수한 세계, 혹은 인간이 도달하길 꿈꾸는 어떤 '다른 세계'를 상징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시각에서 달은 상상과 환상의 대상이며, 스필버그는 이 환상을 현실화함으로써 동심의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달과 자전거가 어우러지는 이 장면은 SF 장르의 전형적인 긴장이나 충돌 대신, 감성과 평화, 초월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드문 사례로 꼽히며,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가능할지를 질문하게 만듭니다.

빨간 후드티와 리시즈 초콜릿: 색채와 소품을 통한 심리 묘사

엘리엇이 입고 있는 빨간 후드티는 영화 속에서 매우 의도적으로 배치된 색채 요소입니다. 이 색은 단순한 의상의 색상이 아니라, 감정의 색, 존재의 색, 변화의 색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빨간색은 사랑과 용기, 때로는 위험과 혼란을 상징하며, 엘리엇이 처음에는 두려움과 혼란을 겪다가 점차 E.T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성장해 가는 감정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색을 매우 정교하게 활용합니다. 영화 속에서 E.T가 머무는 환경은 따뜻한 색조로 연출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빨간 후드티는 특히 눈에 띄는 감정의 도구로 가능합니다. 또한 빨간색은 엘리엇의 강렬한 정체성을 나타내며, 외계 생명체와 인간 사이의 감정적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소품은 바로 리시즈 초콜릿입니다. 이 초콜릿은 E.T를 유인하고 소통하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단순한 간식이지만, 이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소품입니다. 음식은 본래 인간의 일상과 문화, 감정을 상징하는 수단이며, 이 작은 초콜릿이 외계 생명체와 인간 아이의 신뢰를 쌓는 연결 고리로 작동한다는 점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식물 역시 중요한 상징입니다. E.T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식물이 시들거나 살아나는 설정은 생명과 감정, 에너지의 연결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치로, 스필버그가 얼마나 세심하게 서사를 구성했는지를 보여줍니다.

 

E.T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닙니다. 손끝에서 빛나는 불빛은 인간과 인간 외 존재 간의 감정적 연결을 상징하고, 하늘을 나는 자전거는 현실을 넘어선 꿈과 자유의 시각적 은유입니다. 빨간 후드티와 초콜릿 같은 세심한 소품들은 등장인물의 내면과 성장 과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이처럼 스필버그는 소품과 색채, 시각적 구성요소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감정 중심의 서사로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 영화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동심과 상상력을 다시 떠올리고 싶다면, 지금 다시 E.T를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